[뉴스 포커스] 서민들에게 떠넘긴 ‘이자율 폭탄’
‘냉면갈비 45달러, 여기에 세금 9.5%와 팁 18%’. LA한인타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한 유튜버가 ‘미친 LA물가’를 강조하며 공개한 영수증 내역이다. 냉면갈비가 원래 비싼 메뉴이기는 하지만 45달러는 놀랄만하다. LA시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6.04달러니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이 업소에서 냉면갈비를 먹으려면 3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식당만 비싼 것은 아니다. 업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가격을 올렸다. 체감상 작년보다 평균 20~30%는 오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제 10달러 미만 점심 메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둘이서 간단히 점심을 먹어도 세금, 팁까지 포함하면 40달러는 쉽게 넘는다. 업주들은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은 부담이 크다. 그런데 음식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개솔린 가격, 유틸리티 요금, 심지어 스포츠 경기장 입장료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40년 만에 최고라는 인플레이션 파고가 일상으로 밀어닥친 것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인플레 원인은 복합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롯된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낮은 실업률과 임금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다. 여기에 유동성 문제도 있다. 한마디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연방과 주정부들은 조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연방정부의 투입 예산만 4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의 2023회계연도 연방예산 규모가 5조80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중 지난 5월 말까지 실제 집행된 금액은 3조800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연방정부 연 예산의 65%가 넘는 돈이 2년 여 동안 추가로 풀린 셈이다. 지원금은 연방중소기업청(SBA),노동부 등 43개 정부 기관들을 통해 집행됐다. 물론 꼭 필요한 조치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제도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감원 바람도 거셌다. 정부는 긴급 자금 투입을 통해서라도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과연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되었는가 하는 면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또 전례가 없는 사태인데다 너무 서두르다 보니 허점도 많았다. 실적도 없는 업체가 간단한 서류 몇장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가 하면 아예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을 받기도 했다. 재소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거액의 실업수당을 챙기는 일도 벌어졌다. ‘속도’를 강조하다 보니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사기꾼들은 긴급 지원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긴 것이다. 이렇게 챙긴 돈으로 저택과 고급 승용차를 매입하고 호화 해외여행을 즐겼다. 이제 서야 서류 조작 등 허위 신청자를 단속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초만 해도 연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더니 실기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졌다. 어느 정도 불경기의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인플레를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록에서도 이런 의지가 보인다. 결국 이달(26~27일) 예정된 FOMC에서의 금리인상도 확실시 된다. 다만 인상폭이 0.5%p가 될지, 아니면 0.75%p가 될지만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서민들 앞에는 또 한 번의 이자율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이자율 서민 인플레이션 파고 2023회계연도 연방예산 투입 예산